둘째가 대발작 후 2달이 지나는 중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다. 발작을 한다거나 잠에서 깨어서 예전처럼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일은 발작 후로 몇 번 있었지만 그 후에는 잠도 잘 잤다. 그러다 2달 되는 날 소발작이 의심되는 모습을 보였다. 뇌전증 진단을 받지 않았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기록을 남기려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둘째가 9월 30일 대발작을 하고 여러 검사들을 했다. 뭐 특별하다 할 것 없는 검사결과 후 뇌파에서만 의심 소견이 보여 뇌파 검사만 2번을 했고 12시간짜리 뇌파검사를 하기로 했다가 현재 2주 뒤에 있는 과잉치 발치를 위해 이 검사도 뒤로 미루어 놓은 상태이다. 그런데 엊그제 12월 1일 (발작을 한 뒤 2달 만에)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 그 증상들을 검색해도 어디에 나오지 않았다. 아니면 내가 검색 능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기력, 멍해짐, 다리에 힘이 풀리는 증상 (소발작)
감각통합 치료 수업을 끝내고 센터 아랫층에 빵가게가 이벤트를 한다 하여 초코 도넛을 구매해서 차 안에서 먹기로 했다. 둘째는 내 뒤 자신의 카시트에 앉아 도넛을 먹었고 나는 운전을 하며 유튜브로 찬양을 들으며 이동했다. 집으로 이동하면서 습관적으로 백미러로 둘째를 보는데 거울로 둘째가 보이지 않았다. 이름을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고 아이가 옆으로 누워있었다. 가끔 졸리다며 불편하지만 카시트에 앉은 상태에서 옆으로 몸을 기울여 눕는다. 그러나 이름을 불러도 답이 없어 더 큰 목소리로 불렀고 운전 중이었기 때문에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느낌이라는 것이 쎄하다고 해야 하나 갑자기 겁이 덜컥 났다. 발작인가 싶어 갓길에 차를 급하게 세웠고 아이를 부르면서 차에서 내려 뒷좌석 문을 열었다. 그런데 아이가 다시 바르게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화가 나서 "너 엄마가 부르는 거 들었어?" 그런데 아이는 멍한 상태로 약간은 놀란 듯이 날 쳐다봤다.
아이 발작 후 여러 글들을 찾아보면서 발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에 멍한 초점에 대답을 못하는 상황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아이는 "기운이 없어. 힘들어" 이런 말만 했다. 나의 질문에 반응을 하는 것을 보면 발작이 아닌가 싶었으나 일단 상태가 이상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다시 운전을 해서 집으로 이동을 했다. 센터에서 우리 집까지의 거리는 차로 20분 이상 걸린다.
주차를 하고 집 현관으로 들어가는 동안 아이는 3~4번정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겁이 덜컥 나기도 했고 그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 화도 났다. 아이에게 왜 그러냐고 다시 일어나서 걸어보라고 재촉을 하면서 아이를 관찰했다. 집에 들어온 아이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데도 기우뚱했다. 아이를 붙잡고 어디가 아픈 거냐고 다리가 아픈 거냐 무슨 문제가 있는 거냐 질 물을 했지만 아이는 어지럽고 기운이 없다 하고 티브이를 보겠다고 했다. 거실에 앉아서도 리모컨은 들었지만 바로 반응으로 보이지 못했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보는데 앉아 있는데도 아이가 기우뚱기우뚱 몸이 움직였다.
그 상황에서 응급실을 가야 할까했는데 무서웠다. 혼자 운전해서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것이 무서웠다. 신랑은 퇴근 중이라고 했기 때문에 기다리기로 했고 아이 앞에 앉아서 아이만 바라보고 있었다. 차에서부터 집에 와서까지 20~30분 시간이 흐르고 아이는 정신이 전처럼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말도 많이 하기 시작했고 동생이랑 거실에서 주방까지 이동할 때도 아무 이상은 없었다. 티브이가 끝나고 난 뒤에는 뛰어서 주방으로 와서 간식을 들고 갔다. 아무 일 없다는 것처럼.
신랑이랑 병원을 갈까말까 고민을 했다. 결국 병원을 가지는 않았다. 지켜보는 것으로 마무리했지만 그 날밤 혼자 많이 울었다.
전에 대발작으로 병원에 갔던 것부터 운전하는데 뒷자석에 엎드려 있는 아이의 모습까지 떠오르니 무서웠다. 두려웠다. 지금의 내 결정이 혹시 아이에게 골든타임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너무 컸다. 당장 응급실로 갈까 했다가도 그다음 결과가 무섭기도 하고 가족들은 네가 너무 예민한 것 같다고 하는 반응들이 서럽기도 했다. 외로웠고.... 그래서 그 밤 많이 울면서 기도했다.
소발작 증상
아이의 컨디션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학교 담임선생님과 도움반 선생님에게 문자로 아이가 멍해있거나 혹은 어지럽다고 하거나 할 때는 바로 연락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동네 병원 내과를 방문해 상담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아현이가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분이셔서 지금의 상황들을 알고 계셨다. 전날의 이벤트를 들어보기고 내과의 사지만 자기가 보기에는 소발작 같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하셨다.
둘째가 전에 보였던 것은 대발작이고 소발작은 대발작과는 다르게 정말 아주 잠깐 멍해지기도 해서 주변사람들이 모르고 지날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잠깐 5~15초 정도 의식소실이 있지만 본인도 모를 수 있기도 하고 발작이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사실 잘 모르고 지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그 순간 넘어져서 2차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더 위험하다고 아이를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상황을 지켜보라고 했다. 그리고 뇌파검사를 좀 더 집요하게 해 보기를 권했다.
증상이 의심된다면 소아 신경과 상담
현재 12월 15일에 입원을 해서 16일 발치 수술이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 뇌파검사를 잡는 것이 쉽지 않다. 개인 병원이 아니고 그 동안 진료받았던 명지 병원에서 알아보려고 하니 내가 원하는 날 할 수도 없다. 수술 후에 세브란스 소아신경과에서 뇌파검사가 잡혀있기는 하다. 그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뒤로 지금 며칠이 지난 뒤로 별 이상반응은 없으나 의사선생님께 상담을 받고 나니 막연하게 발작인가 싶었던 것들이 소발작의 종류일 수도 있으며, 뇌파검사를 다시 받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어서 조금은 마음이 가볍다. 또한 나의 예민함으로 하는 뇌파검사가 아니라 전문의가 말하는 뇌파검사의 필요성은 가족들에게 검사에 대한 명분을 확실히 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혹시 이런 경험이 있다면 나처럼 고민하지 말고 소아 신경과 병원에 가서 상담이라도 받기를 권한다. 혼자 속앓이 하지 말기를 바란다.
아이가 아플 때 다른 가족들이 나와 다른 생각이면 진짜 외롭다. 그 때는 의사 선생님과 상의를 해서 나의 생각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전문가들의 정보가 도움이 많이 된다. 단순하게 나의 예민함이라면 나만 웃긴 사람이 되면 되지만 나의 예민함으로 아이의 불편한 부분을 빨리 찾아내서 해결방법을 빨리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기운 내서 혼자라도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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